잡지에서 읽은 시

알았시유~~ / 이길원

검지 정숙자 2023. 7. 27. 02:20

 

    알았시유~~

 

    이길원

 

 

  계간 미네르바 원고 청탁 전화에

  우물쭈물 "알았시유~~" 라고 대답했다

  독자는 없는데 매달 늘어나는 시인들

  그 속에서 시에 대한 간절함도

  창 넘어 보이는 아파트 끝자락 같아

  시들해진 지금

  이제는 그만 써야 할 때가 되었나

  하는 생각이 마음속 가득한데도

  "알았시유~~" 했다

 

  충청도 사람에게 "알았시유~~"는

  듣기에는 '예스' 같지만

  '노'에 가까운 대답이 아닌가

  따져 물으면

  "알았다고 했지 언제 그런다고 했나 유?"

  당신이 말한 의도는 알았다는 의미한다

  '예스'도 '노'도 아닌

  그 애매모호한 말투가 또 튀어 나왔다

 

  충청도 촌놈인 나도 내가 싫다

    -전문(p.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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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2023-여름(90)호 <신작시>에서

  * 이길원/ 1991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하회탈 자화상』『은행 몇 알에 대한 명상』『계란껍질에 앉아서』등, 영역시집 『Poems of Lee Gil-Won』『Sunset glow』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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