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 애호박, 늙은 호박 외 1편/ 강나루

검지 정숙자 2023. 7. 21. 02:11

<동시/ 일러스트 : 강한별(그림은 책에서 감상 要)>

 

    애호박, 늙은 호박 외 1편

 

    강나루

 

 

  참 우습지

 

  호박더러

  사람처럼

  '애,'

  '늙은이'라고

  하는 말

 

  그 말도 맞겠다

 

  내 동생처럼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애호박,

  우리 할머니처럼

  쭈글쭈글하기 때문에

  늙은 호박

 

  그래도 

  그 말

  참 우습지.

    -전문(p. 6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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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동물들이 나타났어요

 

 

  추운 바람 속에

  밍크가 나타났어요

  여우가 나타났어요

 

  하얗게 내리는 눈 속에

  반달곰이 나타났어요

  족제비가 나타났어요

 

  휘황찬란한 백화점에

  소가 나타났어요

  악어가 나타났어요

 

  코트가 되고

  잠바가 되고

  지갑과 가방이 된

  동물들이 나타났어요

    -전문(p. 16)

 

  표4> 강나루의 첫 동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작품들이 생태학적 상상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오늘날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고 교환가치 구조의 탐욕스러움으로 인해 많은 생명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를 직시한 시인은 사람들에게 모든 생명체들이 사람과 함께 공존공생해야 함을 시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어쩌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를 지구의 시간을 시인은 담하게 노래하고 있지만, 모든 생명체들의 존엄을 비명처럼 외치고 있다. 강나루 시인의 이번 동시집은 생태학적 상상력을 노래한 우리 동시문학사의 커다란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온당하다. (강경호/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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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시집 『백화점에 여우가 나타났어요』에서/ 2022. 8. 30. <시와사람> 펴냄  

  * 강나루/ 1989년 서울 출생, 2020년『아동문학세상』으로 동시 부문 & 2020년『에세이스트』로 수필 부문 & 2020년 『시와사람』으로 시 부문 등단, 시집『감자가 눈을 뜰 때』, 에세이집『낮은 대문이 내게 건네는 말』, 연구서『휴머니즘과 자연의 수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