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발견을 위하여/ 김주대

검지 정숙자 2023. 7. 14. 02:24

 

    발견을 위하여

 

    김주대

 

 

  혼자 살다 죽으면

  늦게 발견된 나를 보며 후회하고 괴로워할 사람이 걱정이지

  죽은 나야 뭐 어때

  혼자 살다 설거지도 못 해놓고 떠나면

  먹다 남긴 허술한 반찬들을 보며

  통곡할 사람의 아픔이 걱정인 거지

  이미 떠난 나야 뭐

  미처 알리지 못하고 숨을 멈추면

  이대로 자는 듯이 떠나면

 

  혼자만 봐야할 것 버릴 것 자주 버리고

  설거지를 해놓고

  잠자리 들 때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지

 

  나 떠난 뒤

  허술하고 초라한 생계가 구석구석 발견되는 거

  발견자를 괴롭히는 면목 없는 일

  나 없이 누운 나를 발견할 사람을 위해

  좋은 문장 그림 몇 점은 주검 옆에 사치처럼 남기자고

  시를 쓰고 삶을 그리는 것

 

  아픈 시대를 만나 겉으로는 슬퍼했지만

  뒤돌아서 홀로 즐거움을 찾아 헤맨 흔적과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비겁한 유적들

  뒹구는 술병

  나 떠난 뒤 발견되는 나는 창피한 노릇이어서

  혼자 살다 죽으면

  나 없이 누운 나보다

  나를 늦게 발견한 사람의 가슴 치는 후회와

  그렁그렁한 눈망울이 더 걱정인 거지

  세상에 없는 나야 뭐

 

  빨래하고 반찬 몇 가지 냉장고에 넣어두고

  부끄러운 나를 수습하기 위한 시와 새벽 그림

  나 떠난 나를 발견하는 사람의 슬픔을 위해

  살아서 부끄럽지 않은 일에도 기웃거리는 거지

  밤이면 등을 펴고 반듯하게 눕는 거지

    -전문(p. 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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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P. S』 2023년-여름(2)호 <P.S 신작시> 에서

  * 김주대/ 1991년 『창작과 비평』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도화동 사십 계단』『그리움의 넓이』『사랑을 기억하는 방식』등, 외, 시화집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시인의 붓』, 산문집『포옹』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