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남몰래 흘린 눈물 외 1편/ 유종호

검지 정숙자 2023. 7. 3. 02:25

 

    남몰래 흘린 눈물 외 1편

        젊은 벗에게

 

    유종호

 

 

  남몰래 흘린 눈물이

  어찌 내겐들 없었겠느냐

  불빛 없는 뒷골목에서

  분해서 불끈 쥔 주먹으로

  남몰래 훔친 눈물이

  어찌 내겐들 없었겠느냐

  이르지 못할 그리움이

  벼랑 끝 꽃잎 되고 싶던 날이

  깨어나지 말기를 간구한 밤이

  어찌 내겐들 없었겠느냐

  별을 그리다 스러진 꿈이

  좋아하는 아니 되는 사람이

  문득 먼 산 바라기의 적막이

  어찌 내겐들 없었겠느냐

  세상은 갈수록 수미산

  남몰래 흘린 눈물이

  어찌 내게만 없었겠느냐

     -전문(p.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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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련한 꿈

 

 

  죽음을 늦추는 게 과연 사는 것인가

  임종을 늦추는 게 정녕 장수인가

  꼴찌로 떠나는 게 진정 행복인가

  사기그릇에 적힌 목숨과 복

  그러나 옛사람의 수는 고희였고

  요절하지 않는 것

  복은 굶어 죽지 않는 것

  잡혀가지 않는 것

  소받받지 않는 것

  제명에 죽는 것이었으니

  그들의 꿈은 얼마나 가련한 것인가

    -전문(p. 68-69)

 

 

   발문> 전문: 시집 『충북선忠北線』 속의 시를 타고 내 과거 속을 여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가 있고, 카이저 수염의 인단광고가 나온다. 새벽 노천탕의 하얀 김이 보이고 꼬마가 내미는 백동전 네 잎이 보인다. 이 영상들은 무엇을 강요하지도 주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내 영상 속으로 들어와 나와 함께 여행할 뿐이다. 시를 읽으며 이렇게 마음이 편해지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종종 잊힌 지 오래인 우리말과 마주치는 것은 이 시들을 읽는 덤일 터이다. 문득, 유종호 시는 오늘의 우리 시가 놓치고 있는 많은 대목을 채워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시를 읽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었음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p. 맨 뒤) (신경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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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충북선忠北線』에서/ 2022. 6. 20. <서정시학> 펴냄  

  * 유종호/ 1935년 충북 충주 출생, 첫 책 『비순수의 언어』에서 최근의 『그 이름 안티고네』에 이르는 비평적 에세이 20여 권이 있음. <서울대 영문과와 뉴욕 주립대(버팔로) 대학원 수학, 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