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그 자리/ 문효치

검지 정숙자 2023. 6. 26. 01:20

 

    그 자리

 

    문효치

 

 

  나 이제 그리로 간다

  햇볕 가버린 어두운 음지

  음지가 익어 익어 오히려 따뜻한

  무엇인가 숙성되어 내 몸만큼의 넓이를 데워주는

  기다리는 아픔 이제는 덜어내고

  나 이제 외로운 자리로 간다

 

  지독한 그리움은 영혼을 베어내는 일

  나 이제 안온한 외로움의 품속

  외로움은 그리움 너머에서 나를 안아주고 있으니

  내 본향 외로운 자리로 간다

  한 번쯤 울어 세상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이내 손 놓고 돌아서서

  비어 있던 내 그 자리로 간다

    - 2023. 봄 『상징학연구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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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가』 2023-여름(53)호 <신작시/ 근작시> 에서

  * 문효치/ 1966년 ⟪한국일보⟫ &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계백의 칼』『어이할까』『바위 가라사대』 등 15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