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그 얼굴/ 신원철
검지 정숙자
2023. 6. 25. 02:44
그 얼굴
신원철
사람만 좋아서 탈이라고
선후배 할 것 없이 끌끌 혀를 차던
기억하네,
정성 쏟던 대학들에서 다 버림받고
술만 취하면 과거의 찬란과 비참을 토해내면서도
후배들 힘든 이야기 다 들어주며
갈 데 없는 사람들
대구 범어동 2층 자취방에 다 재워주던
다시 생각하네,
그날 마지막으로 들어보던 어둔한 발음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초점 잃은 눈동자만 반가움으로 커지며
둘러선 친구들 두리번대며 바라보던
미안하네,
오늘 제단에 오른
당진 벌판 농부의 아들
-전문(p.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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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 2023-여름(178)호 <2000년대 시인 신작시> 에서
* 신원철/ 2003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닥터 존슨』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