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고려인의 아픔/ 이병철(부산)

검지 정숙자 2023. 6. 21. 18:28

 

    고려인의 아픔

 

    이병철(부산)

 

 

  바람에 실려가는 설움

  숲 속 바람 지나듯

  울림 짙은 심장의 고동소리

 

  어메어메 우리어메

  산으로 가자구요

  우리 어메 산이 되어 산처럼 살자구요

  세월 가면

  내 아이 날더러 산으로 가자고 하겠지요

 

  사막처럼 뜨겁게 살아온 우리 어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삶

  체념 섞인 사랑 땀내 진한 아들 등에 내려

  한 줌 움켜쥔 나침반이 길 위에 서럽다

 

  오랜 옛적에 그랬다고?

  늙고 병들면 산 속 깊이 버렸다고?

  어찌 있을 법한 일이던가

 

  옛날 옛적 유학儒學과 불법佛法이 들어와 효, 윤리 도덕을 

  숭상하던 우리 민족이 아니었던가. 가난 속에서도 제사

  풍습이 있었고 자애심 많았던 우리 민족에 대한 모욕이니라

 

  패배자의 마지막 숨통마저 죄려 했던

  승리자의 축배 속에나 있을 만한 이야기

  돌고 도는 역사의 잔인함이 만들어낸 유언비어

  흔들리는 민심 잠재우려는 승리자의 위선

 

  고려장高麗葬이라니

  고려인이 불효자의 대명사가 되었다니

  길 위에

  던져진 솔잎이 웃을 일 아니던가

 

  어리석은 민중이여!

  거짓 선동에 약한 민초들이여

  어찌 그리도 쉬이 속는단 말인가

  진실 찾으려는 정성이 필요하지 않느냐

  민중이여, 진실에 자유로워야 하지 않느냐 

     -전문(p. 9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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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문학』 2023-4월(650)호 <이달의 신작/ 시>에서

  * 이병철(부산)/ 2015년 『문예사조』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