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가고 오는 것에 대하여/ 김선아(부산)

검지 정숙자 2023. 6. 21. 03:16

 

    가고 오는 것에 대하여

 

    김선아(부산)

 

 

  어묵 한 상자가 배달됐다

  한 바퀴 둘러싼 투명 테이프 갈라진 틈에서

  보이지 않는 인력이 결빙을 이루고 있다

 

  정든 사람이 행복했던 노래를 알알이 쥐여 주고

  저 먼 곳으로 배달되어 갔다

  조그마한 한 상자가 되어

  빌려 온 목숨을 되돌려 주러 훌훌 갔다

 

  생각해 보면 한 생명체인 꽃도 낙엽도 안개도

  아버지 어머니의 기도 속에 담긴 살이었는데

  내 가두었던 과원 속에서 살아온 내 목숨값의 채무를

  나는 잊고 살았다

 

  누구의 행복을 체납할 수 있나

  누구의 마음을 함부로 이름하여 부를 수 있나

  새살 빚는 저 깊은 장사 지내기 위해

  거듭 되새기는 조의를 건져 올린다.

      -전문(p.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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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문학』 2023-4월(650)호 <이 시대 창작의 산실/ 대표시> 에서

  * 김선아/ 2005년『대한문학세계』로 시 부문 등단, 시집『비 내리는 바다』『문신을 읽다』『가고 오는 것에 대하여』『뭉툭』『봄』, 부산여성문인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