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각성의 순발력/ 김윤빈

검지 정숙자 2023. 6. 17. 15:01

 

    각성의 순발력

 

    김윤빈

 

 

  내 마음을 매끈하게 유혹한 카페인 한 모금이

  밤을 야금야금 달굴 때

  별도 달도 없는 천장에 목장을 만들고

  불면의 문을 연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풀어진 뇌는 째깍째깍 초침 따라

  악단樂團 없이 현을 켰고

  눈치 없는 심장은 방향지시등 없이

  밤을 지휘할 때

  캄캄한 시간 밀며

  맹렬하게 먼지도 없이 돌아와 있는 무리

 

  하나, 둘, 셋···.

  삐걱대는 울타리 고치며

 

  오늘은 양치기 소년이 된다

    -전문(p. 276)

 

  추천의 말> 전문: 김윤빈 시인을 시단의 새 식구로 추천한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도 꾸준히 습작을 해왔다. 한때 생명을 위협하는 병고에 시달렸지만 거뜬히 병마를 퇴치한 정신력의 승리자라 할 만하다. 이러한 그의 정신력이 시로 이어져 오늘과 같은 시적 성취를 이루게 되었다.

  그의 위치는 바람의 옆자리였지만 지나가는 바람에게서 시의 소리를 엿듣고(「바람과 바람 사이」) 있으며 '불면의 문을 드나들면서' 상상적 세계를 그리기도 한다. "빈집을 지키는 오동나무의 한숨"(「그런 곳 있었지」)까지도 시의 내정으로 끌어들이는 일에 마음 분주하다. 앞으로 확실한 시인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문효치/ 시인, 본지 대표)

 

   * 블로그 註 : 「각성의 순발력」외 「바람과 바람 사이」, 「그런 곳 있었지」는 책에서 일독 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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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2023-봄(89)호 <신인 등단> 에서

  * 김윤빈/ 경북 경주 출생, 조성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시예술아카데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