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직서/ 구경화

검지 정숙자 2023. 6. 10. 02:12

<2023 제8회 사이펀 신인상(상반기) 수상작> 中

 

    사직서

 

    구경화

 

 

  오늘이 월요일인가요

 

  동기를 부여하고자 함께한 공간이

  퍽 그렇지 못하게 되었어요

  진균이 퍼졌다는 이유가 게으른 모서리에

  기댄 바 있었습니다

 

  외길은 열려 있어서

  웃으며 흔적 지우려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야 빨리 지워진다죠

 

  방법을 선택하기로 해요

 

  그동안 저의 문장과 동행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흰 종이로 지혈하면

  지면을 뚫고 나오는 붉은 

 

  열매가 익을 즈음 모가지 꺽어야 했나요

  모른 척 지나던 옆모습이 굳어

  피가 식었습니다

  오르막이 옮긴 뿌리이기에

  아무는 건 기대하지 않아요

 

  우리의 방은 어두워지고 나는

  보이지 않게 자랍니다

  딱지가 흘러내릴 때

  

  시작이라는 말보다 아직은

  금요일 밤이 좋습니다 삼월이 왔지만

 

  창은 닫고 스위치를 끕니다

    -전문(p. 178-179)

 

   * 심사위원: 배재경(시인)  정익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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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 2023-여름(29)호 <제8회 사이펀 신인상(상반기)>에서 

  * 구경화/ 1975년 경남 합천 출생, 동화작가 지도사(키즈에이원), 현재 부산에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