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다래_가정하기, 확장하기, 변용하기(발췌)/ 내가 저질렀는데도 알지 못한 실수들 : 이장욱
내가 저질렀는데도 알지 못한 실수들
이장욱
오늘은 종일 방에서 지냈는데도
실수를 저질렀네
나는 혼자였고 어디다 전화를 하지도 않았고 SNS도 안 하는데 그러고도
실수를
인생은 이불 속에서······ 습관 속에서······ 소문 속에서······ 시위도 안 하고······ 지나가는데 매일
실수를
실수에 대해 생각을
가령 내가 당신에게 인사를 안 했다.
소주를 퍼마시고 무례한 말을 했다.
남의 남이 퍼뜨린 소문을 믿고 너만
알고 있어. 이건 확실한 얘긴데 말야······ 라고 말을 꺼냈다.
사실 나는 인사를 잘 하는 사람이고
술은 입에도 못 대고
입에서 입으로 건너다니는 이야기는 다
아니 땐 굴뚝의 연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인데
제가 무슨 실수를 한 거죠?
제가 왜 경찰서에 있죠?
내 존재 자체가 실수라는 뜻이야?
내일은 출근을 못하겠다고 전화를 했다.
해가 지다가 멈춘 하늘을 바라보았다.
거기서 깊은 위로를 받았다.
왜냐하면 만물이
나와 같은 실수를 하는 것 같아서
나는 전화를 걸어 당신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제가 실수를 저지른 것 같군요.
저는 하루 종일 혼자였고
친구도 없고
침묵을 지켰고
심지어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 『시와반시』 2022-겨울호, (전문)
▶ 가정하기, 확장하기, 변용하기(발췌)_ 박다래/ 시인
이장욱의 「내가 저질렀는데도 알지 못한 실수들」에서 주체는 끊임없이 자신이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실수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실수는 평소 주체의 행동과는 대조되는 실수이다. 그는 인사도 잘하고 술도 마시지 않으며, 남의 말을 옮기지도 않는 사람이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실수'에 대해 생각하며 누군지도모르는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를 한다.
그는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무언가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의 '실수'는 순전히 가정 속에서 일어나지만, 그는 그 '실수' 떄문에 당신에게 전화를 건다. 그는 그랬을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스스로를 의심한다. 주체는 '실수'를 생각의 차원에 머물게 하지 않고, '당신에게 전화를 걺'으로써 시의 세계를 확장시킨다. 이 시에는 '실수를 하지 않을 나'가 있고, 한편으로는 '당신에게 실수를 했을 수도 있는 나'가 있다. 나는 그럴 리가 없지만 또 다른 차원에서의 나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공존하며, 시의 세계가 단 하나의 진실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p. 시 242-243/ 론 25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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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3-3월(399)호 <현대시작품상 이달의 추천작을 읽고>에서
* 박다래/ 시인, 2022년 『현대시』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