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짐과 뱃짐/ 김진명(金鎭明)
등짐과 뱃짐
김진명金鎭明
누구나 두 개의 봇짐을 지고 산다
생生의 봇짐은 배에 지고
사死의 봇짐은 등에 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뱃짐은
날마다 아둥바둥거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등짐은
까마득히 잊고 산다
등짐과 뱃짐이 한 발씩 다가서고
언젠가 만나는 날이 온다는 사실
가끔 뒤를 돌아보아야 하고
가끔 하늘을 쳐다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지금 나는 잘 사는 것이냐
지금 나는 잘 죽어가는 것이냐
등짐과 뱃짐에게 물어보라.
-전문-
해설> 한 문장: 화자는 삶의 모습을 생의 봇짐과 사의 봇짐을 앞뒤로 지고 "아둥바둥거리"며 사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뱃짐", 즉, 삶에는 집착하여 안달복달하며 앞으로만 달려가고자 하는 반면, 죽음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잊고 산다"고 비판한다. 칼 구스타프 융이 중년에 이르기까지는 삶을 준비하며 살다가 중년 이후에는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간다고 말한 바 있듯이, "등짐과 뱃짐이 한발씩 다가서" 서 "언젠가 만나는 날이 온다"는 것은 자연스런 삶의 흐름이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 즉 '잘 삶(well-being)'은 '잘 죽음(well-dying)'에 이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처럼, 자신이 필멸의 존재임을 각성할 때 살아있는 매 순간들을 더욱 핍진하게 느끼며 살 수 있는 것이다. 화자는 후회 없이 미련 없이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가끔 뒤를 돌아보"기도 하고, "가끔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즉 지난날을 성찰하며 반성하고 참된 사람의 도리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p. 시 20/ 론 92) (고명수/ 시인, 전 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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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생땅의 향기』에서/ 2023. 5. 1. <문학아카데미> 펴냄
* 김진명金鎭明/ 충북 충주 출생, 2017년『한국문학예술』로 등단, 시집『빙벽』『너에게 쓰러지고 싶다』『유목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