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김택민(고등학교 3학년)
<2022, 제1회 시마청소년작품상_우수상> 수상 작품
발자국
김택민/ 고등학교 3학년
얼마 전 버스를 타고
할머니 댁 가는 길에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항상 걸어오셨다던 길이 보였다.
그때의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충동적으로 나는,
그 길 위에 내려 천천히 눈을 감는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 위에
이제는 그의 발자국을 볼 수 없지만
언제나 걸었을 그의 발길을 떠올리며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발걸음을 따라
나도 한 걸음을 옮겨본다.
그의 발자국 위에 살포시 내 발을 맞춰본다.
그의 보폭에 내 보폭을 한번 맞춰본다.
때마침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벼들이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소들이 나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저 벼들의 겸손함과,
저 소들의 자상함은
아버지와 닮아 있다.
이 길에서 아버지는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셨을까.
이 길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더 배워야 할까.
언젠가 저 아스팔트 위에 남을 내 발자국을 위해
나는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간다.
-전문(p. 217-218)
* 예심위원: 박수빈(시인, 문학평론가), 김대현(문학평론가)
* 본심위원: 나태주(시인, 공주풀꽃문학관 관장), 이은봉(시인, 대전문학관 관장), 유수진(시인, 시마 편집장)
--------------
* 『시마詩魔』 2022-겨울(14)호 <제1회 시마청소년작품상_우수상/ 수상 작품>에서
* 김택민/ 홍성고등학교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