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발자국/ 김택민(고등학교 3학년)

검지 정숙자 2023. 5. 10. 02:38

<2022, 제1회 시마청소년작품상_우수상> 수상 작품

 

    발자국

 

    김택민/ 고등학교 3학년

 

 

  얼마 전 버스를 타고

  할머니 댁 가는 길에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항상 걸어오셨다던 길이 보였다.

 

  그때의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충동적으로 나는,

  그 길 위에 내려 천천히 눈을 감는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 위에

  이제는 그의 발자국을 볼 수 없지만

  언제나 걸었을 그의 발길을 떠올리며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발걸음을 따라

  나도 한 걸음을 옮겨본다.

 

  그의 발자국 위에 살포시 내 발을 맞춰본다.

  그의 보폭에 내 보폭을 한번 맞춰본다.

 

  때마침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벼들이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소들이 나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저 벼들의 겸손함과,

  저 소들의 자상함은

  아버지와 닮아  있다.

 

  이 길에서 아버지는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셨을까.

 

  이 길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더 배워야 할까.

 

  언젠가 저 아스팔트 위에 남을 내 발자국을 위해

  나는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간다.

     -전문(p. 217-218) 

 

    * 예심위원: 박수빈(시인, 문학평론가), 김대현(문학평론가)

    * 본심위원: 나태주(시인, 공주풀꽃문학관 관장), 이은봉(시인, 대전문학관 관장), 유수진(시인, 시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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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마詩魔』 2022-겨울(14)호 <제1회 시마청소년작품상_우수상/ 수상 작품>에서

   * 김택민/ 홍성고등학교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