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원시안(遠視眼) 외 2편/ 서상만
아버지의 원시안遠視眼 외 2편
서상만
나 젊은 날 하찮은 일로
몹시 우울해 있을 때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못 본 척하셨다
조금 참고 견디면
세상일 다 이래 저래
지나갈 거라고
참 멀리 보신 거다
다 돌아가시고 막상
내 나이 80을 넘으니
오늘 내 마음이 곧바로
그때 아버지의 마음이다
-전문(p.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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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아이들 만들어준 카드
순전 저들 신용 빌려
조금씩 무단으로 쓴다
쓱 카드가 통과할 때
얼마간 빌붙을지 모를
눈치 쑥 쑥 쌓인다
-전문(p.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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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소묘東海素描
<독도>
역사를 왜곡하는
인간들
정신 차려라
네들 자꾸 까불면
지각地殼도
가만있지 않으리
<호미곳>
호미虎尾로 탁 치면
동해물도 출렁
태백산맥 일어난다
茶山도 다녀 간
구만분월포芬月浦에
이름 없는 시인
시비 하나 서있네
비탈에 누워도
달은 별을 재우려
잠을 설치고
월보月甫*
밤의 무게를 안고
쓰러지면 일어나고
울다가도 웃고 가리
장난꾸러기 월보
-전문(p. 52-53)
* 시인 서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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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포물선抛物線』에서/ 2023. 4. 10. <언어의집> 펴냄
* 서상만/ 경북 호미곶 출생, 1982년 『한국문학』 으로 등단, 시집 『시간의 사금파리』『그림자를 태우다』『모래알로 울다』『적소』『백동나비』『분월포芬月浦』『노을 밥상』『사춘思春』『늦귀』『빗방울의 노래』『월계동 풀』『그런 날 있었으면』『저문 하늘 열기』등, 시선집『푸념의 詩』, 동시집『너 정말 까불래?』『꼬마 파도의 외출』『할아버지 자꾸자꾸 져줄게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