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 착오는 눈사람처럼 커지고/ 정재학

검지 정숙자 2023. 4. 14. 02:32

 

  

    착오는 눈사람처럼 커지고

 

    정재학

 

 

  당신 지난 주말에 두 딸아이들과 공원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고 하던데요?

 

  아닙니다

  전 딸이 없습니다

  아들이 하나 있고요

  공원에 가지도 않았습니다

 

  당신 어제 놀이터에서

  눈사람으로 녹고 있었다고 하던데요?

 

  아니요

  보다시피 전 눈사람이 아닙니다

  놀이터에 가지도 않았고요

  전 집에 있었답니다

 

  내가 눈사람이 되었다는 소문이 커지고

  그 눈사람이 눈이 하나만 있었다는 둥

  화난 표정이었다는 둥

  눈은 무섭고 낭만적인 폭력

 

  내일도 전국적으로 눈이 내린다고 한다

    -전문-

 

  # 시작노트/ 전문

  나와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의 시인이 있다.

  나는 서울에 살고, 그 분은 전라도에 산다. 개인적으로 모르는 분이다.

  그 '전라도 시인 정재학'이란 분은 보수적인 정치성향의 논객으로 어떤 매체에 정치적인 글들을 정기적으로 많이 쓰고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을 나로 오해하여 인터넷 상에서 그 사람이 쓴 글에 내 사진을 붙여 유튜브 영상들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도 있고, 블로그 게시로 그 사람의 글에 내 사진을 붙여 놓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신문 기사에서도 그 사람의 글에 내 사진을 붙이기도 했다. 한참 뒤에 그 사실을 알고 기자로부터 사과를 받기도 했지만, 이미 그 기사가 인터넷상에 널리 재인용된 뒤이다.

  

  몇 년간 오해를 받으며 참으로 큰 고통을 받았는데 작년에 특히 힘들었다. 나와 이름이 같은 정재학이라는 전라도 시인 분이 거의 매일같이 정치적인  글들을 쓰고 많은 사람들이 내가 쓴 것으로 오해를 하고 심지어 내 사진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라도 앞으로 오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시 p. 24/ 시작노트 26)  

 

    * 블로그 註: 제목 앞의 해시태그(#)는 이 블로그에서 붙였습니다. 저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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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23년 2월(398)호 <신작특집>에서 

   정재학1996년 『작가세계』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