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수_'사랑'의 이해, 말과 마음 사이(발췌)/ 어떻게든 검색 : 이대흠
어떻게든 검색
이대흠
이모티콘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게 아니야
이름을 천 번 써 놓는다고 보일 것 같지도 않아
너의 검색 엔진에 나를 노출 시켜야 하는데
네 마음이 스칠 때
내가 떠올라야 하는데
함부로 꽃핀 마음을 들이민다고 될 것 같지는 않고
심심한 들판을 보여주어도 관심 끌 수 없을 거야
허공에서 막 떨어지고 있는
슬픔을 생중계할까
파도치는 해변 같은 것도 너무 흔해
사막 같은 마음을 찍어 보낸들
너무 많은 사람 중의 또 하나의 사막이겠지
울고 싶지만 울지 않을래
하트 백 개를 보낸들 네 눈을 붙들 수있을까
어떻게든 네 마음에 들어가고 싶어
로그인
로그인
네게 들어가려고 수십 번 시도해도
안 되는 로그인
다시 처음부터 이름 넣고
주민등록 넣고 주소 넣고
그래도 안 되네
너의 손에 닿는 마우스는 얼마나 기쁠까
네 마음이 겨울바람처럼 차갑게 불어가더라도
그 바람에 흔들리는 마른 나뭇잎이 되더라도
느끼고 싶어
너에게 들키고 싶은 내 마음이 있어
네가 하늘이라고 치면 내 얼굴이 떠오르고
네가 치킨이라고 쳐도 내 이름이 떠오르는
그런 검색 엔진을 선물하고싶어
-전문-
▶ '사랑'의 이해, 말(言)과 마음(心) 사이(발췌) _전해수/ 문학평론가
이대흠 시인은 "로그인"의 의미를 로그아웃과 대비되는 것 즉 '생명성生命性'에 둔다. "로그인"은 '사랑'을 시작하는 정확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생명'의 부여 즉, 존재의 의미를 사랑(로그인이라는 접속)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름을 넣고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입력한 후 마우스를 당겨 로그인을 실행하면, 사랑은 "검색 엔진"에 의해 나의 존재를 너를 향한 생명으로 인식하여 언제든 너에게로 다가갈 준비가 되었다는 내 마음을 대신한다. 로그인의 반대말이 '로그아웃'이란 점을 상기해보자. 말의 파편 행위가 되어, 사랑을 증명하는 유일한 마음의 표현으로 '커서'는 바로 '로그인'을 움직인다.
그러나 시인이 흠모하는 자들은 사랑했으나 평생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다. 끝내 말言은 사랑의 마음心을 온전히 대신하지 못한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心은 말言이 필요하다. 다만, 자괴감, 시기심, 모욕과 같은 말들을 통해 사랑을 하려 하지 말고 "사랑을 들키고 싶은" "마음"으로, "사랑을(자주)사용하면서", "사랑을 잘" 해야 한다. 어떻게 사랑을 '잘'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사랑은 재능이 필요한가?" 아니다. 이대흠의 시는 말言로, 사랑을, 우선, 제대로 시작하라고 충고한다. 사랑은 종종, 말이 필요하고, 말이 중요하다. (p. 시 91-92/ 론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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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 2023-봄(28)호 <신작 소시집> 에서
* 이대흠/ 1967년 전남 장흥 출생, 1994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코끼리가 쏟아진다』『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귀가 서럽다』『물 속의 불』『상처가 나를 살린다』『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장편소설 『청앵』『열세 살 동학대장 최동린』등, 연구서『시문학파의 문학세계 연구』『시톡1』『시톡2』『시톡3』, 산문집『탐진강 추억 한 사발 삼천 원』『이름만 이뻐먼 머한다요』『그리운 사람은 기차를 타고 온다』
* 전해수/ 2005년『문학선』으로 평론 부문 등단, 평론집『목어와 낙타』『비평의 시그널』『메타모포시스 시학』『푸자의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