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거짓말을 모른다면서/ 박종숙

검지 정숙자 2023. 3. 12. 03:02

 

    거짓말을 모른다면서

 

    박종숙

 

 

  땅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

  예부터 내려온 정직의 표본이라고

  땅을 일구고 살면 죄지을 일 없다고

  그만큼 땅에 대한 믿음이 큰 민족

  우리나라 사람 아니던가

  그러나 땅 한 뙈기의 땅이 사람을 변하게 하고

  부모 형제도 외면하는 세상이 되었다

  흙에 곡식을 심지 않고

  아파트를 심기 시작하면서

  땅은 도술을 부리듯

  자고 나면 널뛰듯 값이 올랐다 내렸다

  사람들은 이제 땀 흘리며 땅을 일구지 않고

  기계로 아파트를 심는다

  땅강아지 지렁이가 살 수 없도록

  시멘트를 들이부어 꼭꼭 다지고

  키가 큰 아파트를 심는다

  땅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고 하면서.

     -전문(p.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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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가』 2023-봄(52) <신작시> 에서

  * 박종숙/ 1992년『시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날마다 받는 선물』 등 9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