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개미의 근면성에 관한 보고서/ 윤정구

검지 정숙자 2023. 3. 11. 12:47

 

    개미의 근면성에 관한 보고서

 

    윤정구

 

 

  어떻게 조사했는지 모르겠어

  줄을 지어 부지런히 기어가는 백 마리 개미들 중

  일하는 놈은 스무 마리뿐

  나머지 여든 마리는 건성 바쁜 척만 한다 하네

  나 역시 이것저것 하는 척은 하고 있네만

  조사하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지

  기막힌 것은 부지런한 개미 스무 마리를 모아 놓으니

  그중의 네 마리만 열심히 일하고

  글쎄, 나머지는 일하는 척만 한다는 게야

  미욱한 개미가 그러하니 영리한 동물이야 오죽하겠나

      -전문(p.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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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가시회_현대향가 제5집『가요 중의 가요』에서/ 2022. 12. 10. <문예바다> 펴냄

  * 윤정구/ 경기 평택 출생, 1994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눈 속의 푸른 풀밭』『햇빛의 길을 보았니』『쥐똥나무가 좋아졌다』『사과 속의 달빛 여우』『한 뼘이라는 적멸』, 시선집『봄 여름 가을 겨울, 일편단심』, 산문집『한국 현대 시인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