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리운 날 외 1편/ 나태주
그래도 그리운 날 외 1편
나태주
아이들 군것질감
사주려고 심심풀이 다니던
일터가 아니었어요
여러 식구 함께
밥 먹고 살기 위해
다니던 일터였어요
하루 종일 팔다리 어깨
아프게 일하다가
일손 놓고 돌아오는 길
집이 가까이 마음이
더 가까이 와 있었어요
얼근 가야지 아이들을 만나야지
돌아보아 그래도
그런 날이 그리운 날이었어요
다시는 돌아갈 수도 없는 날들.
-전문(p. 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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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시인
수덕사에서 열린 한국시인협회
가을 세미나 자리에서였다
점심 식사를 마친 시인들이
식당 밖으로 나와
삼삼오오 잡담하고 있을 때였다
정원의 나무에 기대어 선
남자 시인이 김종삼 시인이라고
누군가가 일러주었다
암갈색 작업복 차림에 깡마른 인상
거무스름한 얼굴
베레모를 눌러쓰고 있었다
말이 많은 시인들 가운데
오직 입을다물고 있었다
마치 6·25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병사 같았고
서부 영화 화면에서 금방
튀어나온 사내 같았다.
-전문(p. 236-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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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좋은 날 하자』에서/ 2023. 1. 30. <샘터사> 펴냄
*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시 부문 등단, 첫 시집『대 숲 아래서』(1973) 이후, 『꽃을 보듯 너를 본다』『풀꽃』『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를 비롯하여 시집, 산문집, 시화집, 동화집 등 150여 권 출간, 2014년 공주시의 도움으로 나태주풀꽃문학관 · 풀꽃문학상 제정 ·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