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_'아뇩다라 삼먁 삼보리'를 찾는 고행의 길 위에서(발췌)/ 염송 : 장석원
염송念誦
장석원
나부터 봉쇄 나부터 붕괴
-전문-
▶ '阿耨多羅 三藐 三菩提'를 찾는 고행의 길 위에서_ 장석원 시집 『유루 무루』를 중심으로(발췌)_ 이찬/ 문학평론가
「염송」이란 작품이 단 한 행으로 이루어진 단형시의 외관을 띠고 있으며, 그것의 사전적 의미가 '마음속으로 부처를 생각하고 불경이나 진언 등을 외움'으로 풀이되는 맥락을 다시 곰곰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시인의 마음속엔 "나부터 봉쇄 나부터 붕괴"로 표상되는 아상我相의 집착과 번뇌에서 벗어나, 무아無我의 경지로 자신을 이끌어 올리려는 '의식의 모험', 즉 자기 고양 의식이 존재하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의식의 모험'은 「몽유」* 에서 암시된 마조히스트의 비범한 자기 학대와 팽팽한 힘의 균형으로 맞서면서, 기이한 평행선을 달리게 하는 듯 보인다. 더 나아가, 양자는 '사랑'의 '탈주/회귀'로 요약될 수 있을, 이 시집의 '강유상추剛柔相推의 평행선을 상호 횡단케 하는 촉매로 기능한다. 달리 말해, 이 시집의 전체 짜임새를 상생相生과 상극相剋 작용이 동시에 일어나는 대극大極의 순환 구도로 이루어 놓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극生剋작용이야말로, 『유루 무루』의 마디마디를 가로지르는 첨예한 긴장의 리듬이자 예술적 도화선의 불꽃으로 휘감겨 있다고 하겠다. 이는 결국 시인이 저 '사랑'으로부터 필사적으로 탈주하려 하면서도, 끝끝내 회귀할 수밖에 없는 진퇴유곡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저 높이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강렬한 장석원의 시를 낳는 역동적 태반으로 자리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것은 격렬한 자기 파괴의 감정과 자기 소멸의 욕망이 시적 창조성의 욕망으로 다시 거듭나는 극단적 아이러니의 기원이자, 이 시집 곳곳에 숨겨진 창조성의 원천으로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p. 시 111/ 론 113-114)
* 그러나, 체온이 너무 낮고, 결정적으로, 내가 없다는 것, 오래전에 깨졌다는 것,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 나는 사랑받고 싶었는데 그 사람은 나를 선택하지 않았고 나는 버려진 것이었고, 그렇다, 절단, 한 발짝 더 나아가려 한다, 촛농처럼 머뭇거리는, 나는, 영원히 허공에 붙들린 자/ 詩 「몽유夢遊」 전문
----------------------
* 『계간 파란』 2022-여름(25)호 <poet> 에서
* 장석원/ 2002년 ⟪대한매일⟫ 신춘문예로 시 부문 등단, 시집『아나키스트』『태양의 연대기』『역진화의 시작』『리듬』『유루 무루』, 산문집『미스틱』
* 이찬/ 2007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 저서『현대 한국문학의 지도와 성좌들』『20세기 후반 한국 현대시론의 계보』『김동리 문학의 반근대주의』, 문학평론집『헤르메스의 문장들』『시/몸의 향연』『감응의 빛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