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이덕주 시인 1주기에 부쳐/ 김혜천

검지 정숙자 2023. 2. 15. 01:41

<추모시>

 

    이덕주 시인 1주기에 부쳐

 

    김혜천/ 시인

 

 

  짐작도 못할 아픔과

  변방살이 서러움 풀어놓던 공간 시우주*

  가정식 백반이 기다리는 따뜻한

  그곳에 오기 위해 막차를 타던 형

 

  별이 되어 간 그곳은 어떠한가요

  못다 쓴 문장을 위해

  작고 소박한 집필실 한 칸 들이셨나요

 

  바이러스가 퍼덕퍼덕 뛰던 심장을

  경계 밖으로 몰아내

  체온이 식기도 전 한 줌의 재가 될 때까지

  순간을 살다 간 망명가여

 

  여긴 아직 삭제되지 않은

  삭제할 수 없는 전번이 남아 발신을 기다립니다

 

  아쉽고 황망하지만

  잘 살아 고통 없이 가신 이여

 

  룽다를 내다 걸고 만행을 떠나듯

  내면의 붓다를 향해 걸어가던 이여

 

  그토록 희구하던

  생멸 없는 곳에 영면하시라

    -전문(p. 180-181)

 

   * 이덕주 시인이 생전에 함께하던 문학동인 <시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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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덕주 유고시집 『나의 오늘』에서/ 2023. 1. 18. <시산맥사> 펴냄

  * 김혜천/ 서울 출생, 2015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첫 문장을 비문으로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