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선물/ 이경

검지 정숙자 2023. 2. 5. 01:55

 

    선물

 

    이경

 

 

  선생님께 드리려고 꺾어온 고운 꽃

  받쳐 들고 살펴보니 티가 있어 못 올리고

  오늘 아침 이슬 먹은 오랑캐꽃을 떠다가

  백자 대접에 소담하게 앉혔더니

  반나절을 못 넘기고 머리를  수그리네

  구룡산 천의약수터 새벽 물을 길어다

  사제의 고마움 담아 올리려 해도

  사발 속 물 위에는

  내 얼굴에 묻은 땟자국만 보입니다

    -전문, 시집 『소와 뻐꾹새소리와 엄지발가락』

 

  

  ▶시가 먼저냐 시 창작론이먼저냐?(발췌) _이경/ 시인

  감히 말하면 시 창작론 이전에 시가있었다. 시 이전에 무엇이 있었을까? 시인이 서  있는 지점은 여기쯤이 아닐까 싶다. '닿음'이나 '열림'이 없는 뒤집힘은 혼탁하고 공허하다. 자칫하면 그것을 작법이라 믿어 스스로를 속이고 남을 속이게 된다. 

  누구나 자기안에 잠재된 무한 창조의 힘을 가지고있다. 그것은 결핍이나 열등감 또눈 울분이나 한 같은 모습으로 축적되는 것이기도 해서 우리는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이것을 해소하기 위한 에너지를 발산하게 된다. 그것이 울음이나 노래가 되기도 하고, 춤이나 그림이나 건축물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들을 총칭하여 우리는 예술이라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시는 언어로 짓는 건축물이고 울음이고 노래며 춤이라고 할 수 있다.

  내일 올 시를 알 수 없으니 더 살아 볼 밖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한순간의 '열어젖힘'을 열망하며. (p. 시 247/ 론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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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2022년 겨울(88)호 <지성의 오솔길/ 짧은 시론 · 4> 에서

  * 이경/ 1993년『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푸른 독』『오늘이라는 시간의 꽃 한송이』『야생』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