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울다 외 1편/ 배재경
하늘에서 울다 외 1편
배재경
부산을 떠나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내 나라의 산과 들, 강줄기를 훑으며
부산과 서울이 40여분으로 이어주는 가까운 거리임을
확, 인, 한, 다,
저 황하의 대륙과
비행기로 서너 시간을 대수롭지 않게 이동하는
아메리카의 땅덩이들을 생각하며
부러움과 왜소함으로
가슴 한켠이 칼날에 베인 듯
붉은 피, 피, 솟구치누나
오, 이 손바닥의 조국이여!
아, 찢어진 삼족오의 깃발이여!
어쩌다 이리저리 채이는 개밥그릇의 한 알 밥알로
우격다짐의 나날들만 탕진하고 있구나
40분의 상실과
40분의 뜨거움이 교차하는 서울 출장길
-전문(p. 57)
* 삼족오: 고구려를 상징하는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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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民生
이눔 저눔 할 것 없이 걸핏하면 민생이다
아니 이놈 저놈들이 모두 민생을 챙긴다면
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
나라가 부강하려면 민생이 우선이니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민생을 챙긴다니
그 얼마나 반가우랴
그러나 그놈들
민생 민생을 외치다
기자회견 뒷벽에 '민생부터!'
떡하니 붙여놓고
지들끼리 쌈박질이다
지들의 지들끼리는 더 쌈박질이다
이놈들은 정적 제거, 저거 편 비리 감싸기, 인사비리 덮기···
그러다 국민의 시퍼런 눈길이 고여 들면 민생부터!
탄핵이 무서우면 민생부터!
가면을 쓴다, 이런 시정잡배들이 있나!
민생이 너거들 쉬어나는 휴식처냐
민생이 너거들 숨어드는 방공호냐
이런 독구베이비야!
- 전문(p. 48-49)
* 독구 베이비(Dog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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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하늘에서 울다』에서/ 2023. 1. 10. <작가마을> 펴냄
* 배재경/ 경북 경주 출생, 1994년『문학과지평』으로 & 2003년『시인』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절망은 빵처럼 부풀고』『그는 그 방에서 천년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