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하늘에서 울다 외 1편/ 배재경

검지 정숙자 2023. 1. 30. 03:01

 

    하늘에서 울다 외 1편

 

    배재경

 

 

  부산을 떠나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내 나라의 산과 들, 강줄기를 훑으며

  부산과 서울이 40여분으로 이어주는 가까운 거리임을

  확, 인, 한, 다,

  저 황하의 대륙과

  비행기로 서너 시간을 대수롭지 않게 이동하는

  아메리카의 땅덩이들을 생각하며

  부러움과 왜소함으로

  가슴 한켠이 칼날에 베인 듯

  붉은 피, 피, 솟구치누나

 

  오, 이 손바닥의 조국이여!

  아, 찢어진 삼족오의 깃발이여!

 

  어쩌다 이리저리 채이는 개밥그릇의 한 알 밥알로

  우격다짐의 나날들만 탕진하고 있구나

 

  40분의 상실과

  40분의 뜨거움이 교차하는 서울 출장길

    -전문(p. 57)

 

  * 삼족오: 고구려를 상징하는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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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생民生

 

 

  이눔 저눔 할 것 없이 걸핏하면 민생이다

  아니 이놈 저놈들이 모두 민생을 챙긴다면

  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

  나라가 부강하려면 민생이 우선이니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민생을 챙긴다니

  그 얼마나 반가우랴

 

  그러나 그놈들

 

  민생 민생을 외치다

  기자회견 뒷벽에 '민생부터!'

  떡하니 붙여놓고

  지들끼리 쌈박질이다

  지들의 지들끼리는 더 쌈박질이다

 

  이놈들은 정적 제거, 저거 편 비리 감싸기, 인사비리 덮기···

  그러다 국민의 시퍼런 눈길이 고여 들면 민생부터!

  탄핵이 무서우면 민생부터!

  가면을 쓴다, 이런 시정잡배들이 있나!

 

  민생이 너거들 쉬어나는 휴식처냐

  민생이 너거들 숨어드는 방공호냐

  이런 독구베이비야!

    - 전문(p. 48-49)

 

    * 독구 베이비(Dog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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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하늘에서 울다』에서/ 2023. 1. 10. <작가마을> 펴냄

  * 배재경/ 경북 경주 출생, 1994년『문학과지평』으로 & 2003년『시인』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절망은 빵처럼 부풀고』『그는 그 방에서 천년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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