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신발 문수/ 황상순
검지 정숙자
2023. 1. 20. 02:49
신발 문수
황상순
신규호 담임 선생님 가정방문 오셨을 때
드릴 선물 마땅치 않아
사모님께서 신으실 흰 고무신 한 켤레를
부끄러이 두 손 내밀어 드렸는데
허어, 이렇게 귀한 걸 다
껄껄 웃으시며 기꺼이 받으셨다고
라면머리 영섭이가 눈시울을 붉혔다
문수 채 물어보지도 못하고 드린 흰 고무신
문수 물어보려 물어보려고 하다가
졸업을 하고
지금까지도 신발 문수 물어보지 못했는데
세상의 가정방문길 다 마치고
훠이훠이 먼 길 떠나시는 선생님
선생님 신발 문수는 얼마인지요
허어, 어려운데 뭘 이런 걸 다.
-전문(p.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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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 2022-봄(173)호 <중견 80 · 90년대 시인 신작시> 에서
* 황상순/ 1999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비둘기 경제학』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