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26/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3. 1. 7. 03:06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26

 

    정숙자

 

 

  귀뚜라미야, 너는 날개로 울고 날개로 노래도 부른다지? 네 날개는 공후箜篌보다도 아름답구나. 친구네 풀밭 찾아갈 때도 날개가 널 데려다주잖니! 날 수만 있어도 아름다운데 피리까지 들어있다니! 이 가을에 네가 없다면 얼마나 ᄏᆞᆷᄏᆞᆷ했을까. 내 삼경, 네 곁에서 검정을 지우는구나. (1990. 8. 18.)

 

           

 

 

귀뚜리야, 귀뚜ᄅᆞ미야

난 어제 눈물점의 협착

수술을 받았단다

 

울고 싶을 때

울어야 할 때

 

참아버릇한 탓으로 막혀버린 게 아닐까

수술받는 내내 뒤늦은 강둑 흔들렸단다

 

한 계절만이라도

아니 단 하루만이라도

너처럼 그래야 했을 것을

 

서른 ᄆᆞ흔 쉰을 넘어도

슬픔 앞에선

한낱 아이일 뿐이었는데,

  -전문(p. 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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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온문학 2022-겨울(34)호 <특집/ 김삿갓문학상 수상자_와 시론>에서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공검 & 굴원』『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