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뿔 혹은 더듬이/ 김미정

검지 정숙자 2023. 1. 7. 02:34

 

    뿔 혹은 더듬이

 

    김미정

 

 

  달그락달그락

  누군가 이사하는 모양이다

  더듬이를 세우고

  자박자박 점액을 뿌리며

  연초록 마삭줄을 따라

  달팽이 한 마리 이사한다

 

  뿔 같은 더듬이를

  늘였다 줄였다

  허공을 조율하며

  달팽이가 나아간다

 

  어디라도 떠받아야 할까

  뿔 같은 더듬이라도

  밀며 가야

  열리는 세상

  거침없이 달팽이 간다

 

  물렁물렁하지만

  뿔이라 믿고 들이미는 더듬이에

  움찔움찔 길 비키는 그림자들

    -전문(p.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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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온문학』 2022-겨울(34)호 <시가 여무는 창> 에서  

  * 김미정/ 경남 김해 출생, 2020년 『시현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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