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어요/ 천융희
<디카시집> 에서/ 사진은 책에서 감상 要
알고 싶어요
천융희
어렵고 힘든 길인 줄 알아요
가신 발걸음만 따라갈게요
절대 뒤돌아보지 않을 테니
이 길의 끝이 어딘지만 알려주세요
-전문-
해설> 한 문장: 담쟁이가 건물을 기어올라 만든 초록 십자가의 모습은 그 자체 누가 봐도 독특하지 않은가. 이 사진에선 십자가의 이미지가 너무 강력하여 그것을 보는 순간 그것에 '인접'해 있는 어떤 것을 사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이 사진은 매우 강력하게 환유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진이다. 이럴 때도 시인은 '십자가'라는 '설명'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사진과의 화학반응이 없다면 이 시 속의 "가신 발걸음", "이 길"이라는 분자들의 의미는 미지의 사막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시인은 이 환유적 상상력을 가동하면서도 애써 설명을 회피한다. "알고 싶어요"라는 제목을 뒤집어 읽으면 그것은 '잘 모르겠어요'라는 고백이다. 이 겸손한 고백은 환유적 상상력이 뻔한 의미로 닫히는 것을 방지하는 안전 벨브이다. '잘 모르겠다'는 진술은 피사체의 의미를 신비로운 '비결정성(indeterminacy)'의 상태로 남겨둔다. 이 비결정의 상태야말로 시적 의미가 머무는 공간이다. (p. 시 12-13/ 론 128-129) (오민석/ 문학평론가 ·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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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시집 『파노라마』에서/ 2022. 11. 30. <작가> 펴냄
* 천융희/ 경남 진주 출생, 2011년 『시사사』로 등단, 시집 『스윙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