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슬픔의 해석/ 임경하

검지 정숙자 2022. 12. 16. 00:34

 

    슬픔의 해석

 

    임경하

 

 

  풍선에 물을 넣는다 물은 잘 들어가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은 옆으로 새어 흐르고 물은 조금씩 풍선 안에 고여 간다

  물이 어느 정도 차면 풍선은 풍선이 아니다 축 처져서 아무 데로나 널브러진다

  그렇게 슬픔이 나를 채운 적이 있다

  조금씩 조금씩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쌓인 슬픔을 안고

  나는 허물어져서 아무렇게나 널브러졌다 흙투성이 바닥에 뒹구는 나는 내가 아니었다

  물이 풍선 목까지 차올라 더는 들어가지 않았을 때 풍선이 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바닥까지 물을 토해낸 풍선은 착하게 접혀 납작해졌다

  참을 수 없게 들어찬 슬픔을 나도 왈칵 쏟아냈다

 

  다시 풍선에 물을 넣는다

  차오르면 쏟아낼 수 있다

  슬픔은 더 이상 슬픔이 아니다

    -전문(p.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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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과창작』 2022-여름(174)호 <2000년대 시인 신작시> 중에서

  * 임경하/ 2016년『문학과창작』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