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양평강-1/ 이원표

검지 정숙자 2022. 12. 7. 01:21

 

    양평강 - 1

 

    이원표

 

 

  팔당댐을 막기 전

  양평강가는 낙원이었다

 

  여주를 돌아 흘러드는 하얀 모래 강

  모래 속에 모래무지 매자들이 깜짝깜짝 밟히고

  강바닥에 베틀올갱이들이 널려 있던 곳

 

  갈산이 가까워지면 물은 갑자기 깊어지고

  물속 바위를 휘돌아

  해마다 방학 때만 되면

  서울에서 내려온 애들이 한둘은 죽었다는 곳

 

  양근리 앞을 흐르는 깊은 물에

  피라미 끄리들이 떼

 

지어 내달리고

  쏘가리 꺽지들이 바위틈에 숨어 사냥하고

  송사리들이 얕은 물에서 줄 지어 놀던 곳

 

  송아지 실어 나르던 나룻배를 따라서

  강상면까지 헤엄쳐 건너가면

  아무도 오지 않는 넓은 하얀 모래밭에

  할미새가 또르르 발자국 내며 달리고

  종달새와 제비가 하늘 높이 날던 곳

     -전문-

 

  해설> 한 문장: 이 시집의 가치는 시인이 양평강 시절의 개인사와 가족사는 물론, 잃어버리거나 사라져가는 풍속 서사를 복원하여 보여주는 데 있다. 또 퇴색하고 잃어버린 청소년기에 경험했던 낭만과 낙원을 시의 형식을 통해 서정적으로 진술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 시집 속의 서사는 이원표 개인의 서사이기도 하지만, 과거 대한민국의 생활사와 풍속사 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미 지도나 우리의 의식, 기억에서 사라진 1960~70년대 양평강 풍경과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서사로 복원한 시인의 서정적 탐구에 박수를 보낸다. 유장한 서사가 드문 시대 이원표 시인의 등장은 문단의 축복이다.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잠시나마 과거 속으로 즞ㄹ거운 서정적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p. 시 16-17론 191) (공광규/ 시인

 

   ------------------------

  * 시집 『양평강』에서/ 2022. 4. 5. <도훈> 펴냄

  * 이원표/ 2021년『시마』로 등단, 두줄시인협회 & 양평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