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강-1/ 이원표
양평강 - 1
이원표
팔당댐을 막기 전
양평강가는 낙원이었다
여주를 돌아 흘러드는 하얀 모래 강
모래 속에 모래무지 매자들이 깜짝깜짝 밟히고
강바닥에 베틀올갱이들이 널려 있던 곳
갈산이 가까워지면 물은 갑자기 깊어지고
물속 바위를 휘돌아
해마다 방학 때만 되면
서울에서 내려온 애들이 한둘은 죽었다는 곳
양근리 앞을 흐르는 깊은 물에
피라미 끄리들이 떼
지어 내달리고
쏘가리 꺽지들이 바위틈에 숨어 사냥하고
송사리들이 얕은 물에서 줄 지어 놀던 곳
송아지 실어 나르던 나룻배를 따라서
강상면까지 헤엄쳐 건너가면
아무도 오지 않는 넓은 하얀 모래밭에
할미새가 또르르 발자국 내며 달리고
종달새와 제비가 하늘 높이 날던 곳
-전문-
해설> 한 문장: 이 시집의 가치는 시인이 양평강 시절의 개인사와 가족사는 물론, 잃어버리거나 사라져가는 풍속 서사를 복원하여 보여주는 데 있다. 또 퇴색하고 잃어버린 청소년기에 경험했던 낭만과 낙원을 시의 형식을 통해 서정적으로 진술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 시집 속의 서사는 이원표 개인의 서사이기도 하지만, 과거 대한민국의 생활사와 풍속사 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미 지도나 우리의 의식, 기억에서 사라진 1960~70년대 양평강 풍경과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서사로 복원한 시인의 서정적 탐구에 박수를 보낸다. 유장한 서사가 드문 시대 이원표 시인의 등장은 문단의 축복이다.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잠시나마 과거 속으로 즞ㄹ거운 서정적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p. 시 16-17/ 론 191) (공광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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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양평강』에서/ 2022. 4. 5. <도훈> 펴냄
* 이원표/ 2021년『시마』로 등단, 두줄시인협회 & 양평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