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계단의 증후군/ 하두자

검지 정숙자 2022. 12. 4. 02:41

 

    계단의 증후군

 

    하두자

 

 

  생각도 접히면 부러질까

  휘청대는 이 환한 예감

 

  계단이 무섭다

 

  아코디온처럼 펼쳐진

  계단으로부터

  끝없이 달아난다

 

  자라나는 계단에서 누가 날 악보처럼 읽어낼까

  계단 속에 또 하나의 계단이 웅크리고 있어

  접촉과 경계의 혼란에서

  무너져 내리는 건 음표만이 아니다

 

  튀어 오르는 겅중겅중한 뼈들

  계단이 쫓아온다

 

  육교 지하철 사다리

  도처에 직각의 방식으로 깔린 알리바이

  

  다가갈수록 모서리가 뜯겨나가는 골목

  유리창을 만지면 무릎은 다른 방향으로

  손 내밀어 만진 네 발목이 이름을 부른다

 

  아직 복원되지 않는 비난 연민 비참 등등이

  이제 모두 계단으로 보이는데

 

  계단 끝엔 왜 꼭 집이 있고

  내 앞에서

  당신은 언제부터 계단이었나

     -전문(p. 178-179)

 

   -----------------------------

  * 『문학과창작』 2022-겨울(171)호 <중견 시인 신작시 특집> 에서

  * 하두자/ 1998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프릴원피스와 생쥐』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