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28/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2. 12. 2. 02:50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28
정숙자
기쁨은 부서져 진흙에 떨어지고, 슬픔은 내내 솟구쳐 그것만이 제 것인 줄 알았습니다. 모처럼의 햇빛, 백일하에 사라진 창가에 서서 껐ᄃᆞ - 켰ᄃᆞ 생각을 반복했습니다. 마침내 저는 그 암울暗鬱을 우주 밖으로 힘껏 털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슬픔도 기쁨도 아닌 고요가 저의 벗이 되었습니다. ‘거기 정박하기 위하여서는 흔들림이 필요했던 것이니라, 고··· 고요는 맨 나중에 닿는 섬이니ᄅᆞ, 고··· 뒤늦게, 뒤늦게 어림짐작하는 오늘은 또 다른 어제입니다. (1990.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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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우림空友林이라는 집의 이름을 저 무렵에 지었던가 봅니다.
그런데, 그렇게나 먼 길을 돌아왔는데,
다시금 왜 이렇게 슬픈지 모르겠어요
여태까지 꾹꾹 참고 잘 살아왔는데,
이제는 아무리 좋은 일이 생겨도
기뻐하실 부모님도 안 계시고,
무슨 일이든 제ᄀᆞ 저에게 알려줄 뿐···,
- 전문(p.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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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 2022-겨울(176)호 <중견 시인 신작시 특집> 에서
* 정숙자/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공검 & 굴원』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