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엄마의 부처 외 1편/ 정성희

검지 정숙자 2022. 11. 29. 03:00

 

    엄마의 부처 외 1편

 

    정성희

 

 

  느그 아부지 이 년 넘도록 오줌똥 받아냈는데 오줌똥 받아내는 일은 양반 일인기라. 가마이 누버가 오줌똥도 몬 가리매, 날로 갖다가 어찌나 구박하던지 영감 죽었는데 고마 눈물 한 빵울 안 나. 하루는 방생 갔다 오는데 어두워져삣어. 인자는 집에 불이라도 켜놓고 있을 영감도 없는데 무덤 속같이 깜깜한 집에 들어설 일이 아득한 기라. 팔십 평생 살았지만 간이 안 작나, 내가. 그래 마른 한숨 푹푹 쉬며 걸어오는데 이웃 홀아비가 골목 밖에 나와 안 있겠나. 속으론 어떻기 반갑던지 누구 아부지요, 우리 집에 불 좀 켜주고 가소, 하고 싶더마넌 내 암만 늙은이지만 어제 같이 영감 저 세상 보낸 할마이 집에 홀아비가 밤늦게 드나든다는 거는 동네 남사시러버 안 되겠는기라. 그래서 주먹 꾹 쥐고 내 인지 언제 저 세상 갈지 모르는 몸이 무섭긴 뭐가 무섭노, 하미 골목길에 접어드는데 하이고, 우야꼬! 우리 집에 불이 환한 기라. 누고? 누가 왔노? 하며 마당에 들어서는데 어무이, 냅니더. 인자 오십니꺼? 큰 아가 내를 반기는데 고마 내가 두 손 모아 합장하고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어찌나 고맙든지, 그 순간 내한테는 부처가 따로 없는 기라.

        -전문(p.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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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말씀들

 

 

  시어머니 선산에 묻던 날

 

  오늘 쉬는 날이제?

  안 올래? 출발했나?

  너그는 조상도 없나?

  너그는 더 자고 가그라이

  네 맛 내 맛도 없네

 

  면전에서 혹은 전화선을 타고

  나를 불편하게 했던 말씀들

  시어머니 한 생이 흙에 묻히던 날

  함께 묻혔다

 

  듣는 내내 억울하고 속상했지만

  단 한 번도 대들거나 변명조차 해보지 못했던

  시어머니 말씀들

 

  어쩌면 머지않아 나는

  저 말씀들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라진 것들은 언젠가 그리워하기 마련이니

      -전문(p. 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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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사라진 말씀들』에서/ 2022. 11. 18. <문학의전당> 펴냄

  * 정성희/ 경북 영천 출생, 2005년『모던포엠』으로 등단, 6인 동인지『한 그루 나무를 심다』『궁궁이』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