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미나리가 두 단 외 1편/ 홍경나
엄마는 미나리가 두 단 외 1편
홍경나
미나리가 한창입니다
미나리꽝엘 들러 살지고 푸진 미나리를 삽니다
나도 한 단 서울 동생도 한 단 삼우제 참석 못한
막내 동생도 한 단 엄마도 한 단
아니 엄마는 두 단
아버지 돌아가시고 함께 입 다실 이도 없는데
미나리강회 미나리무침 미나리김치 미나리적
어떤 게 더 맛나냐고 물어볼 아버지는 없는데
엄마는 습관처럼 미나리가 두 단
푸렇게 데쳐 무치고 사박사박 날로 지래기 하고
콩기름 둘러 적을 지져
저녁상을 차립니다
배고픈 몸들이 속수무책으로 붐비며
숟가락 젓가락만 달그락거립니다
어떤 게 더 맛나냐고 물어볼 아버지는 없는데
서로 닮은 무릎들이 맞대고 앉아
미나리 두 단을 알뜰살뜰 다 먹습니다
이따금씩 눈 맞춰가며 다 먹습니다
-전문 (p. 66-67)
----------
내력
을해년에 났다는 큰고모 이름은 을생
정축생 영천 작은고모의 이름은 정생
평생 한량이셨다는
할아버지가 둥개둥개 업고 다녔다는
애첩愛妾 기생할매 이름은 봉지
봉지나 봉지 꽃봉지 기생할매가 낳았다는
첩딸 한 번도 본 적 없는
막내고모의 이름은 애생愛生
첫딸을 낳고
젊은 아버지가 삼백 삼천 공들여 지었다는
내 이름은 경나
각시볼락 등모란 며느리주머니 며늘취
이름도 숱한 금낭화처럼
나야 철영아 영준아로 불리던
우리 엄마의 이름은 종수宗守
-전문 (p. 116)
봉지나 봉지 꽃봉지: 꽃봉지, 평양 · 평안도 민요
-------------------------------
* 시집 『초승밥』에서/ 2022. 9. 10. <현대시학사> 펴냄
* 홍경나/ 대구 출생, 2007년『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