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엄마는 미나리가 두 단 외 1편/ 홍경나

검지 정숙자 2022. 11. 9. 02:05

 

    엄마는 미나리가 두 단 외 1편

 

     홍경나

 

 

  미나리가 한창입니다

  미나리꽝엘 들러 살지고 푸진 미나리를 삽니다

  나도 한 단 서울 동생도 한 단 삼우제 참석 못한

  막내 동생도 한 단 엄마도 한 단

  아니 엄마는 두 단

  아버지 돌아가시고 함께 입 다실 이도 없는데

  미나리강회 미나리무침 미나리김치 미나리적

  어떤 게 더 맛나냐고 물어볼 아버지는 없는데

  엄마는 습관처럼 미나리가 두 단

 

  푸렇게 데쳐 무치고 사박사박 날로 지래기 하고

  콩기름 둘러 적을 지져

  저녁상을 차립니다

  배고픈 몸들이 속수무책으로 붐비며

  숟가락 젓가락만 달그락거립니다

  어떤 게 더 맛나냐고 물어볼 아버지는 없는데

  서로 닮은 무릎들이 맞대고 앉아

  미나리 두 단을 알뜰살뜰 다 먹습니다

  이따금씩 눈 맞춰가며 다 먹습니다

      -전문 (p. 6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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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력

 

 

  을해년에 났다는 큰고모 이름은 을생

  정축생 영천 작은고모의 이름은 정생

  평생 한량이셨다는

  할아버지가 둥개둥개 업고 다녔다는

  애첩愛妾 기생할매 이름은 봉지

  봉지나 봉지 꽃봉지 기생할매가 낳았다는

  첩딸 한 번도 본 적 없는

  막내고모의 이름은 애생愛生

  첫딸을 낳고

  젊은 아버지가 삼백 삼천 공들여 지었다는

  내 이름은 경나

  각시볼락 등모란 며느리주머니 며늘취

  이름도 숱한 금낭화처럼

  나야 철영아 영준아로 불리던

  우리 엄마의 이름은 종수宗守

     -전문 (p. 116)

 

   봉지나 봉지 꽃봉지: 꽃봉지, 평양 · 평안도 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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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초승밥』에서/ 2022. 9. 10. <현대시학사> 펴냄

  * 홍경나 대구 출생, 2007년『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