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분꽃의 향기 외 1편/ 정빈
검지 정숙자
2022. 11. 5. 02:33
분꽃의 향기 외 1편
정빈
중학교 입학식 날
소담하게 고왔던 당신의 한복 자태는
내 작은 어깨를 들썩이게 했어요
책가방에 매달린
딸의 모습을 지켜보던 미소
훔칠 수 없는
당신만의 향기인 줄
뒤늦게 알았어요
쓴소리 한마디 못하시고
괜찮다, 괜찮다 하시며
구십 해를 견디시는
그 고왔던 얼굴에 내려앉은 야속한 세월
그 세월 붙잡고 싶다는 눈 속에
딸의 뒷모습 담으며
배웅해 주시던 작아지는 당신 모습
돌아서는 발걸음이 돌부리에 채이네요
오늘도
바래지 않는 그 향기
두 손 가득 담아 옵니다
유효기간 없는, 울 엄마의 향기
-전문 (p. 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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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칸나
여름을 기다려 온
붉은 고백이
큐피드 화살처럼 날아들었지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쳐가는 길목에서
몰래 키워 온
붉은 사랑
나를 향해 있던
너의 입술, 눈빛, 몸짓을 기억해
내 안 가득 꿈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었지
많이도 닮아 있는 우리
난 나에게
너의 붉은 열정을 선물했지
여름이
썸 타던 길목에서
화살에 꽂힌 날부터
My English Name is Kan na!
-전문 (p.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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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칸나의 독백』에서/ 2022. 9. 20. <미네르바> 펴냄
* 정빈/ 전남 광주 출생, 2018년『월간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