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누운 말들/ 배윤주
옆으로 누운 말들
배윤주
소리 없이 꺾여 기울어진 좌판
유영을 멈춘 지느러미 제 몸을 꼭 안고
모두 옆으로 누워 있다
뒤돌아선 시간 타들어 가는 잠
돌아누우면 마주 볼 얼굴들
접었던 숨소리가 등을 향해 귀 기울이고 있다
벌어진 입속 삼키지 못한 말꽃이 말랑하다
바라보지 못했던 뒷모습에
옆으로 누운 말들 실컷 들려주고 있다
은비늘 등허리 고요히 덮인 말의 씨앗들은
굽어진 골목길에 속 비운 감꽃으로 떨어지고
거친 잇새에 가시처럼 걸려 뱉어내지 못한 말꼬투리들
오롯이 옆으로 누워
잠도 오지 않는 뜬 눈으로 녹여내고 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현대 사회는 갈수록 혼돈해지고있다. 온전하게 나를 드러내기 쉬운 세상이 아니다. 시인의 언어들도 그런 점에서 자꾸 내면으로 숨어든다. 그래서 "옆으로 누운 말"이다. 그런 혼돈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중심을 잘 지켜야 한다. 그러나 자꾸 비대면의 세계로 이어지고 있는 이런 시점에서 불안전한 자아와 교감할 수 있는 대상이 얼마나 있겠는가.
시인은 수집가이다. 나만이 알고 있는 세상을 수집하여 내가 수집해 온 언어로 행간을 만든다. 그런 때마다 내가 걸어온 길들이 실마리가 된다. 내가 체험하고 내게 아픔을 준 것들이 하나의 실오라기가 되어 문장을 만든다. 그래서 눈물이 많은 사람은 눈물을 오래 담아둔 사람일 것이다. 시인은 사랑에 목마른 사람이다. 눈물을 흘리기 위해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사람을 잃는 것과 사랑을 잃는 것"이 동일시될 정도로 깊게 사랑을 할 수 있는 존재이다. 배윤주 시인의 내면 깊이에도 그런 사람에 대한 사랑이 존재할 것이라 믿는다. 그러기에 시인이 되지 않았을까 . "왜 다시 사랑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이미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라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p. 시 44-45/ 론 119-120) (문정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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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옆으로 누운 말들』에서/ 2022. 9. 27. <시산맥사> 펴냄
* 배윤주/ 충북 영동 출생, 2019년『시와경계』로 등단, <한국시인협회/ 현대시학회/ 시산맥 특별>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