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오월의 꽃/ 김점례

검지 정숙자 2022. 9. 5. 01:55

 

    오월의 꽃

 

    김점례

 

 

  어머니는 서른여덟에 혼자되어 일곱 남매 품에 안고

  움켜쥔 세월을

  아흔일곱에 드디어 놓아 주었다

  그 나이를 한참 지나 짚어보니 붉디붉은 오월인 것을.

 

  견고했던 언덕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으로 변하여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던 막막함

  어찌 건넜을까 어머니는

 

  긴 생만큼 세상이 다 알게 작별을 고하고

  남은 빈집을 정리하다가

  깊고도 깊은 어머니 가슴팍 같은 장롱 속

  주인 잃은 은장도 하나

  손에 쥐고 살피니 가녀린 삶이 숨죽여 우네

 

  몇 번이나 날을 세우고 으름장을 놓으며 깃을 여몄을까

  쉬 시들지 못한 세월을 또 얼마나 탓했을까

  한 번만이라도 가슴 열어 배꽃 같은 청춘을 물어나 봤으면,

  이 작은 하나에 기대어 버티고 견딜 수 있게 했던

  힘이었던가.

 

  어제의 날 선 시간이 열린 손바닥에서

  시든 꽃으로 주저앉고 있다

 

  어머니로만 살다가 뒷장으로 넘겨져 버린 당신

  멀리 굽은 길 돌아 조그맣게 사그라진 뒤

  덩그러니 봉분 하나 혹처럼 솟았다

     -전문 (p. 7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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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사람』 2022-가을(105)호 <신작시>에서

   * 김점례/ 2017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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