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소쩍새/ 여영현
검지 정숙자
2022. 9. 2. 01:50
소쩍새
여영현
우리는 숨긴 곳을 찾아 상처를 냈다
아주 깊게 찌르고 비틀기까지 했다
소금까지 뿌리며 타는 듯 고통을 원했다
더 상처 받은 것은 나라고 확신할 때
딸꾹질이 멈추지 않았다
깊이 박힌 칼날이 피를 막고 있었다
변하는 게 무서운 간격이었다
별은 어둠 속에서 선명했고
꾹꾹 삼키는 속울음은 이상하게
더 멀리 갔다
그날 민박집 외등을 보며 걸었다
오월에 우는 밤새를 기억한다
너는 무슨 새가 저리 무섭게 우냐고 했지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젠 소쩍새를 아는 사람도 드물다
사랑이라는 말로 싸우고
화해라는 말로 너무 많이 피를 흘릴 때
먼 저승의 새,
목을 비틀다 만 그 새가 울음을 울었다
내게 멀어져 간 발자국을
세고 있었다
부디 찌르고도 비틀지 않기를,
칼에 박힌 새가
깊은 어둠을 토막 내며 울었다
울다가 멈추고, 울다가 멈추면서도
나라고 말하지 않았다.
-전문 (p. 227-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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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 2022-가을(175)호 <2000년대 시인 신작시 특집>에서
* 여영현/ 2004년『문학과창작』으로 등단, 시집『밤바다를 낚다』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