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안개 공항/ 배세복
검지 정숙자
2022. 8. 28. 15:25
안개 공항
배세복
안개가 착륙한 아침
공항의 주인은 안개다
하늘 아래 날 수있는 것들이
저마다 동체를 내려놓고
주인에게 굴복하였다
이런 날은 새들이
하늘을 차지한다
승객이 되고 조종사가 된다
깜빡깜빡 비상등 없이
관제탑도 없이
서로의 간격을 유지한다
새들의 비행이 지쳐갈 때쯤
안개는 서서히 이륙한다
날개를 내려놓았던 것들이
하늘을 빌려 쓰는 시간이 온다
-전문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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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소금』 2022-가을(43)호 <신작시> 에서
* 배세복/ 충남 홍성 출생, 2014년 ⟪광주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몬드리안의 담요』『목화밭 목화밭』, <Volume>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