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석공/ 김완하

검지 정숙자 2022. 8. 27. 02:11

 

    석공

 

    김완하

 

 

  바위에 길을 새기려

  그는 새벽마다 길을 떠났다

  발자국에 마음을 비워 담았다

 

  매일 바위를 파 들어가며

  연장에 실려 오는 소리 들릴 때

  그는 하늘을 향해서

  온 마음 모아 기도했다

 

  어둠을 열고 돌 속으로 들어가

  돌이 깨지는 아픔에 갇혀도

  그는 끝내 굳게 쥔 연장을

  내려놓지 않았다

 

  연장은 팔이 되고

  그의 다리가 되었다

  바위 곁을 따라 시간이 흘러,

  석상에 피가 돌고 눈을 뜨자

  그는 돌 속으로 스며들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이 시의 주인공인 "석공"은 "바위에 길을 새기려"는 사람이다. 그가 개척하려는 "길"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명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하늘을 향해서/ 온 마음을 모아 기도했다"는 사실에서 명품을 향한 절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 의지는 "어둠"의 시련 속에서도 "돌이 깨지는 아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연장을/ 내려놓지 않"는 그의 의지는 "연장은 팔이 되고/ 그의 다리가 되었다"고 할 정도로 강렬한 것이다. 그 결과 "석상에 피가 돌고 눈을 뜨"는 기적이 발생하였다. 명품 중의 명품인 "석상"이 완성된 것인데, 그러자 "그는 돌 속으로 스며들었다"고 한다. 명품인 "석상"의 완성은 결국 "석공"의 돌 되기를 통해 완성된 것이다. 어떤 대상에 "스며"드는 것은 그 대상과 완전한 소통을 통해 하나가 되는 것일 터, 이 시의 "석공"은 진정한 삶 혹은 진정한 예술의 길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고 있다. 즉 이 시는 자연으로서의 "돌"이 "석공"의 인위적(artificial) 정성으로  "석상이라는 예술(art)로 승화되는 과정을 보여 준것이다. 이때 "석공"의 "석상"은 시인의 시와 다르지 않을 터. 이 시는 부단히 명작을 추구해 온 김완하 시인의 시적 자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읽어도 무방하다.(p 시 56/ 론 121-122) (이형권/ 문학평론가,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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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마정리 집』에서/ 2022. 8. 1. <시작> 펴냄 

  * 김완하/ 경기 안성 출생, 1987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길은 마을에 닿는다』『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다』『네가 밟고 가는 바다』『허공이 키우는 나무』『절정』『집우물』, 시선집『어둠만이 빛을 지킨다』『꽃과 상징』등, / 2010년 2016년 미국 버클리대 객원교수 역임, 현)한남대학교 국어국문창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