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지붕 위의 바다/ 정혜영

검지 정숙자 2022. 8. 21. 03:12

 

    지붕 위의  바다

 

    정혜영

 

 

  네모난 창문 뷰파인더, 그 방에 갇혀 있다 내 안에서 네모난 나무가 자라난다

 

  그런 게 어딨어, 왜, 네가 그걸 못 봐서 그렇지

 

  느티나무 한 그루 뿌리를 드러내며 저녁으로 기울어진다

  누가 여기 싹둑, 큰 톱을 들이댄 건지

 

  서쪽은 어둠으로 물들어가길 기다리고

 

  우리는 사랑일까

  상처를 키우면서 개와 늑대의 시간이 멈춰 있다

 

  손이 닿지 않는 허공에서 집을 짓는 새들

 

  우린,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닿을 수 없는 비명에 닿으려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를 서성이고 있다

 

  누군가 그어놓은 한 줄의 수평선

  지붕 위의 바다는 한꺼번에 쏟아지려고 골똘하고 헐벗은 나무뿌리 사이로 지나가는 시간, 가파른 골목을 쏘다니다가 날카로운 휘파람으로 돌아온다

 

  들리니, 보이니

 

  수령을 알 수 없는 언덕,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느티나무

  그래서 제 속을 열어 보여주는 걸까

 

  내가 보지 못한 언덕의 반쪽은 어디론가 날아가서 어느 산맥의 등뼈가 되었는지

  수평선에 갇힌 흰 갈매기들, 모래밭에 묻힌 두 발을 가볍게 들어올린다

 

  네모난 창문 너머 색색의 슬레이트 지붕들

  주황은 날아가서 햇살이 되고 파랑은 멀어져서 쨍한 하늘이 되고

     -전문 (p. 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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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2-7월(391)호 <신작시> 에서

  * 정혜영/ 2006 『서정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