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하루/ 류미야

검지 정숙자 2022. 8. 15. 01:13

<시조>

 

    하루

 

    류미야

 

 

  웅크린 밤의 껍질을 작은 새가 쪼고 있다

  단단했던 어둠이 입자로 풀릴 동안

  틈새로 날아내리며 파고드는 빛의 깃털들,

 

  그 깃드는 곳마다 뻗어가는 길들이

  지하로 이어진다

  무빙워크, 달린다

  청년도 노인도 뛰는 지상의

  반대편에선

 

  하루치 빛을 다

  써버린 사람들이

  남긴 불티 하나를

  동그마니 품고

  잘바닥, 꿈의 강물에

  발목을 풀어놓는다    

    - (p. 1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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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학』 2022. 7-8월(608)호 <신작시> 에서

   * 류미야/ 2015년 『유심』으로 등단, 시집『눈먼 말의 해변』『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