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피어도 되겠습니까_동백/ 한영수

검지 정숙자 2022. 8. 13. 01:34

 

    피어도 되겠습니까

        동백

 

    한영수

 

 

  충분히 불안합니다

 

  순간 쏟아질 한 사발 피에

  아름다움이 붐빕니다

 

  빨강의 내부를 열고

  들어가 더 완고한 빨강에서

  베어 문 빛깔로

  지배받지 않는

  단어로

 

  꽃 피어도 되겠습니까

 

  겨울로 격리된

  심장 한 덩이

  변방을 두드려 댑니다

  아우성치며 눈발이 때를 맞추는

 

  이런 밤에

  이런 밤에

 

  꽃을 가진 겨울에 대하여

  겨울을 가진 꽃에 대하여

 

  한마디 넘쳐도 되겠습니까

     -전문-

 

  해설> 한 문장: 이번 시집의 표제작인 「피어도 되겠습니까   동백」에는 불안한 존재가 그 불안을 뚫고 꽃을 피우고자 하는 열망으로 충만하다. '동백'에게 불안은 꽃을 피우기 위해 감당해야 할 무엇으로 작용한다. "순간 쏟아질 한 사발 피"로 상징되는 동백꽃의 외형은 불안이 야기하는 긴장을 시각적으로 그려 낸댜. 그것은 "아름다움"으로 붐비는 결정적이면서 자신의 연약함을 "더 완고한 빨강에서/ 베어 문 빛깔로"로 승화시키는 능동적 의지의 양태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양태는 시인의 시 쓰기와 결합하여 시인의 존재 증명을 추동해 간다. 다시 말해 '동백'으로 상징되는 시인의 발화는 '동백'의 양태를 그대로 모사하는 데 있지 않다. 현실의 모사를 넘어 "빨강의 내부를 열고/ 들어가 더 완고한 빨강"을 마주하는 일, 그로 인해 현실에 "지배받지 않는" 존재로 시인을 자리하도록 이끈다. 그럼으로써 저 선명한 "빨강"은 무엇으로도 "지배받지 않는/ 단어"가 되고 "겨울로 격리된/ 심장 한 덩이"는 시인이 쓰는 시에 대한 메타포로 현전케 한다. 그런 점에서 "피어도 되겠습니까"라고 묻는 물음은 시련을 뚫고 꽃피우려는 '동백'을 전유한 시인의 시론에 해당한다고 불 수 있겠다. (p 시 36-37/ 론 120) (이병국/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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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피어도 되겠습니까』에서/ 2022. 8. 1. <파란> 펴냄

  * 한영수/ 전북 남원 출생, 2010년『서정시학』으로 시 부문 등단, 시집『케냐의 장미』『꽃의 좌표』『눈송이에 방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