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봄날 나는 구이저수지에 간다 외 1편/ 진영심

검지 정숙자 2022. 8. 11. 01:57

 

    봄날 나는 구이저수지에 간다 외 1편

 

    진영심

 

 

  머물기 위해 가둬 놓은 곳에 간다

  물이 산과 맞닿아 더욱더 맑아지는 곳으로

 

  고요한 

  말과 걸음과 보폭만으로 물고기 형상이 되는 곳으로

  가시를 품고도 무구하게 헤엄치는 곳으로

 

  세상에 닿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지

  벚꽃들이 몸 날리며 증명하는 곳으로

  나는 간다

 

  선택과 운명은 같은 이름이어서 맞설 수 없을 때

  물은 어디서 솟아나는지

  물은 무엇을 내어 주는지

  속살 같은 거짓에게 물을 수 있는 곳으로 간다

 

  물가에 진달래와 참나무가 기울어진 채

  안간힘을 물리치는 곳으로

 

  엎드려 물에 비춘 얼굴 고수란히 돌려주어

  희미한 것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으로

 

  바퀴에 펑크 난 듯 지리한 평균율로 매일이 다가오면

 

  무음의 격조로 높여 주는 그곳으로

  나는 간다

      - 전문 (p. 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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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그곳은 나만 알고 당신은 모르는 배후입니다 당신 온몸에게 눈동자는 절대로 미치지 못하는, 빗물은 볼 수 없고  빗소리만 들리는 그곳은 슬픔의 최대 면적입니다

 

  그곳을 보고 싶은 가슴에게 백팔십 도란 얼마나 쓸쓸한 반경일까요 반경 뒤쪽은 반경 앞쪽으로 늘 가 보고 싶어 합니다

 

  붉은 보리수 열매로 가득하고 정다운 노래 첫 구절을 부를 수 있고 햇살이 내려앉는 반경 앞쪽으로

 

  어깻죽지 틈에서 솟는 진통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등 돌린 수많은 앞쪽, 온 존재로 등에 업어 보고 싶었으나 사라진 피붙이들 낯익은 냄새와 얼굴, 등에 남아 소리조차 아득합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이라서 무심했던가요 분첩으로도 가리지 못하는 당신 배후는 정직합니다

 

  정언명령을 해제한 신부의 정복 같지요 지켜야 할 고귀한 말씀도 눈물도 웃음도 붙이지 아니합니다 그저 그림자처럼 연하거나 진할 따름입니다

 

  신이 선사한 천연의 솔기로 만든 절벽을 짊어지고 등뼈 하나로 꿋꿋하지요 가끔씩 뒤쪽 한복판에 누군가 꽂아놓은 화살, 뽑아내지 못하면 휘청거리던가요 생애가 구부정해지던가요

 

  가시 돋친 채 기도를 업고 돌아선 표정으로 그 물결로 파도칩니다

      - 전문 (p. 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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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생각하는 구름으로 떠오르는 일』에서, 2022. 5. 20. <시작> 펴냄

   * 진영심/ 전북 완주 출생, 2019년 『시현실』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