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생에 감사해/ 비올레타 파라(작사, 작곡, 노래) : 류시화 번역

검지 정숙자 2022. 6. 16. 02:57

 

    생에 감사해

 

    비올레타 파라(작사, 작곡, 노래)/ 류시화 번역

 

 

  생에 감사해. 내게 많은 걸 주어서 눈을 뜨면 흰 것과 검은 것

  높은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 그리고 군중 속에서 내 사랑하는 사람을

  온전히 알아보는 샛별 같은 눈을 주어서

 

  생에 감사해. 내게 많은 걸 주어서 귀뚜라미 소리 새소리 망치소리,

  기계소리, 개 짖는 소리, 소나기 소리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밤낮으로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어서

 

  생에 감사해. 내게 많은 걸 주어서 소리와 글자를 주어 그것들로

  단어들을 생각하고 말할 수 있게 해주어서 엄마, 친구, 형제자매

  그리고 사랑하는 영혼의 길을 비추는 빛 같은 말들을

 

  생에 감사해. 내게 많은 걸 주어서 도시와 물웅덩이, 해변과 사막,

  산과 들판을 그리고 당신의 집, 당신의 정원을

  지친 다리로도 걸을 수 있는 힘을 주어서

 

  생에 감사해. 내게 많은 걸 주어서 웃음과 눈물을 주어서

  그것들로 행복과 고통을 구별할 수 있게 해주어서

  그 웃음과 눈물로 내 노래가 만들어졌지 당신의 노래도 마찬가지

  우리들 모두의 노래가 그러하듯이 나의 이 노래도  마찬가지

 

  생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어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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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정옥 시인께서 내 시집에 대한 회답을 보내왔다. 편지 뒷면에 위의 시가 인쇄되어 있는 게 아닌가. 내가 종이 한 장 아끼는 걸 감안한 걸까. 공란을 없애려고 그러신 걸까. 통화 중에 "노래도 한번 들어봐요, 굉장히 좋아요···" 하지만 아쉽게도 "내 귀는 소라껍질"(장 콕또) 스테레오가 안 될뿐더러, 요즘엔 시간마저 여의치 않다. (···) '비올레타 파라'의 노랫말을 "블로그에 올려도 될까요?" 쾌히, OK···. '파라'의 프로필 또한 위의 노랫말 아래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아- - - 권총자살이라니! // (2022. 6. 16 - 11 : 36, 정숙자)

 

  * Violeta Parra(1917-1967, 50)/ 칠레의 민속음악 가수, 대표곡「우리가 가는 길」「산티아고」「너는 견디고 있구나」등, 1966년 녹음(위의 노래), 마지막 남자가 그녀의 직선적인 성격에 진저리치다 다른 여자에게 가자 2달 후 이 곡을 발표하고 1967년 2월 5일 권총자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