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김재혁_궁핍한 시대에 시는...(발췌)/ 지거라, 아름다운 해야 : 횔덜린

검지 정숙자 2022. 5. 25. 03:18

 

  지거라, 아름다운 해야

 

  횔덜린(Holderlin, Friedrich. 독일 1770-1843, 73)   

 

 

지거라, 아름다운 해야, 그들은 조금도 너를

우러러보지 않았고 성스러운 너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그것은 네가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조용히

     힘겹게 살아가는 자들 머리 위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의 눈에 너는 상냥하게 지고 돋는다, 오 빛이여!

나의 눈은 너를그렇게 잘 알아본다, 너 찬란함이여!

   디오티마가 나의 아픈 마음을 낫게 해주어

      신처럼 조용히 우러르는 법을 내가 배운 까닭이다.

 

오 너, 하늘의 사자여! 나 너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

디오티마, 너의 목소리를! 내 사랑아! 내 얼마나 

   나의 이 눈을 네게서 들어 반짝이며 감사하며

      황금의 낮을 바라보았던가, 그때 샘물들은

 

더욱 더 소리쳐 흘렀고, 어두운 대지의 꽃들이

네게 사랑스런 향기를 불어주었다,

   그리고 은빛 구름 위로 웃으면서

      천공이 몸을 굽혀 축복을 보내주었다

          -전문- 

 

 

  ◈ 궁핍한 시대에 시인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_프리드리히 횔덜린/ -김재혁(평론가) 

  프리드리히 횔덜린(1770-1843, 73)은 독일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시대를 겪으면서도, 결국에는 그 두 사조를 초월하여 그 시대의 어느 문학적 흐름에도 분명하게 위치시킬 수 없을 정도로 독일 시문학사 상으로 독보적인 경지를 개척한 시인이다. 특히 그는 독일의 송시. 비가 그리고 찬가 문학을 그 정점에 올려 놓았다. 여기에는 그가 이상으로 그리는 세계에 대한 생각들이 그 툭유의 장중한 언어로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그의 예술행위는 문학과 유토피아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자 마틴 하이데거에 의해 '시인 중의 시인'으로 칭송된 바 있는 횔덜린은 스스로를 신이 사라진 시대에 영혼까지 결핍된 불경스런 사람들 사이에서 시를 짓는 '궁핍한 시대의 시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궁핍한 시대'란 모든 면에서 그가 그리는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당시의 시대현실을 말하며, 그가 예찬하는 황금의 시기는 고대 그리스의 신화적이고 영웅적인 세계이다. 정치적으로 볼 때는 당시의 봉건영주에 의한 압제적 상태와 대조적으로 자유정신과 민주주의가 꽃 피던 시절을 말한다. 그는 보다 자연에 가깝던 그 시기가 사라진 것에 대한 비탄의 염을 퍼붓는다. (p. 시 125-126/ 론111-112)_김재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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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사』 2022-봄(109)호 <다시 읽어보는 세계의 명시집/ 횔덜린 시편>에서

  * 김재혁/ 1959년 충북 괴산 출생, 문학박사, 시인, 고려대학교 독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독일 쾰른 대학교 수학, 현재 고려대학교 독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