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섬광(閃光)/ 랭보

검지 정숙자 2022. 5. 17. 02:44

 

    섬광閃光

 

    랭보(1854~1891, 37세)

 

 

  인간의 노동이여! 이것이, 내가 있는 심연을 때때로 번개와 같이 비치는 폭발이다.  

  비어 있는 것 따위는, 아무  것도 없다. 科學을 향해서, 자 전진이다!』 近代의 「전도자」가, 즉 세간 사람들 전부가 그렇게 외친다. 그래도 역시 사악한 놈이랑 게으른 놈의 시체는, 다른 사람들의 심장 위에 무겁게 떨어지는 것이다. ···아! 서둘러라; 좀 더 급히. 밤의 어둠을 넘어서, 저편에는 未來의 永劫의 그 보상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놓쳐버리는 것인가?···

    나에게 이 세상에서 무엇이 가능한가? 나는 노동을 알고 있다. 그리고 과학은, 너무나 발이 더디다. 기도는 질주하고 빛은 울려 퍼진다. ···그런 것도 나는 알고 있다. 그런 것은 너무 단순하다. 그리고 아주 무덥다. 너의 손을 해롭게 할 것도 없다. 나에겐 나의 의무가 있다. 그놈의 곁에 비켜놓고, 사람들이 잘 하고 있듯이 그런 식으로, 그자의 자랑이라도 해볼까.

  나의 생명은 헤져 없어졌다. 자아! 모두 함께 속여 보자. 어영부영 게으름으로 살자. 얼마나 가련한 꼴이냐! 그리고 우리들은, 즐거운 생각을 하면서 해괴망측한 애욕이며 황당무계한 우주를 꿈꾸면서, 중얼중얼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살아가자. 또 이 세상의 겉보기만의 얼간이들을 상대로 싸움을 하면서 살아가자. 거리의 신파쟁이랑, 거렁뱅이랑, 강도 따위를 상대로.   그리고 성직자를 상대로! 병원의 내 침대 위에서, 향 내음이 저렇게도 강렬하게 나에게 되살아났다. 성스러운 향료의 파수꾼, 告白者, 순교자.···

  나는 거기에서 유년시절의 더러운 교육의 흔적을 인정한다. 그리고 무엇이 있었는가!··· 다른 놈들이 20년 산다면 나도 앞으로 20년은 더 살아주겠다.···   

  안 돼! 안 돼! 지금 나는 죽음에 저항한다! 노동 따위는 너무 하찮아 내 자부심을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이 세상에 대한 나의 배반은 너무 간단한 고통만을 줄뿐이겠지.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면, 나는 좌우로 공격할 것이다.   오오!   사랑스러운 가련한 영혼이여. 그래도 영원은, 우리를 위해 없어져서는 안 된다!       

    -전문, (p. 169-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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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사』 2021-가을(107)호. <다시 읽어보는 세계의 명시집/ 랭보『지옥에서 보낸 한 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