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방향과 구슬 놀이 이제니 내가 알던 산은 열리지 않는 산이었다 내가 알던 구슬도 마찬가지여서 좀처럼 굴러가는 법이 없었다 굴러가는 것에는 어떤 힘이 작용하는 것일까 우주 공간의 곡률을 면밀히 따져 묻듯이 은거 중인 노인의 얼굴로 너는 물었다 곡면이 아닌 평면 위에서 시간과 공간을 의식하는 의지가 작동할 때에만 열리고 보이는 머나먼 산이 있습니다 당신의 얼굴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군요 빛의 신호에 의해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먼지 구슬 같군요 너의 얼굴은 고대의 파피루스와도 같이 둥글게 말려 있었다 누구도 아무도 너의 내면을 읽어 내지 못했으므로 너는 구르기 시작했다 그 모든 먼지 구슬의 방향을 따라 굴러감 그것은 던져짐이었고 던져짐 그것은 버려짐이었고 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