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여전히 바리데기 정선희 한 마리 새가 날아와 앉았다 파르르 손끝이 떨렸다 손 한 번 잡아준 적 없다고 울먹였다 너는 할 만큼 했어 옆에 있어 드렸잖니 엄마한테 듣고 싶은 말을 누군가 대신 해주었다 엄마는 누구의 엄마였나요 왜 나는 기억하지 않았나요 돈은 아들들한테 다 물어다 주고 병든 몸을 이끌고 찾아든 새, 어딜 보느라 엄마는 나를 볼 수 없었나요 나는 늘 맴돌았다 엄마의 포근한 소용돌이에 한 번이라도 젖어 들어 휘감기고 싶었다 괜히 나를 낳았다고 했다 실수도 어쩌다가도 아니고 정말 싫었던 괜히라는 말 어느 날 괜히 버려질 것 같은 아니 어느 날이 언제인지 몰라 괜히만 키웠던 눈치의 날들 엄마가 죽기 전에 꼭 물어봐야 한다 왜 나를 주워 온 아이 취급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