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 문태준 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 나는 이별의 말을 한 웅큼, 한 웅큼 호흡한다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새로 돋은 첫 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뺨과 눈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대기는 살얼음판과 같은 가슴을 세워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 나목은 다 벗고 다 벗고 바위는 돌 그림자의 먹빛을 거느리고 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 한곳에 앉아 있다 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 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은 생겨난다 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 -전문(p. 172) ♣ 문태준의 시 「먼 곳」은 마지막 이별에 대한 애달픈 헤아림이다. 모든 사람들이 갔으나 아무도 돌아오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