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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분할/ 정숙자

황금분할 -無爲集 6 정숙자 햇빛이 가장 잘 드는 유리창 쪽에 양말을 넌다 발바닥이 바깥을 보도록 넌다 그 안쪽 줄에는 속옷을 널고 더 안쪽 줄에는 화장실만 지키던 타월을 널고 마지막 그늘에는 겉옷을 넌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균등한 빛의 분배다 빨래들은 때 묻고 구겨진 신민 온갖 영화와 치욕을 함께 한 신민일진대 왕은 요즘도 찬찬히 손빨래 한다 군신유의(君臣有意)는 왕으로부터 세제를 덜 풀어 강물이 곱고 헹군 물에 다시 헹궈 달빛이 맑고 관절을 움직여 와탑이 밝다 시간이야 좀 축이 나지만 왕의 신뢰는 왕으로부터 모든 빨래는 반듯이 개어 꼭꼭 밟는다 밟아 넌 빨래들은 언제나 새것이다 납작해지지 않는다 다리미로 고문한 신민과는 다르다 양말까지도 구멍이 나도 처녀 적 올을 지킨다 우리 집 붉은 고무다라이의 주의..